선원들이 사용하는 신호 깃발은, 바다 위에서 배들이 스스로 상태를 알리고 서로의 안부를 물을 때 사용된다. 박고운과 이선주는 장위동을 다니며 이야기가 있는 곳에 깃발들을 꽂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장위동은 재개발 지역이다. 곧 허물어질 동네에서 사람들은 임시로 살아간다. 적막한 거리 가운데 숨어든 봉제 공장의 미싱 소리도 들려온다. 장위동은 바다 위에 잠시 머물다 가는 배와 같다. 건물도, 사람도, 가게도 풍랑을 헤치며 위태롭게 둥둥 떠다닌다.
평화롭고 고요한 장위동은 사실 전쟁터와 같다. 한 골목에서는 건물이 허물어지고 있고, 저녁 길가에서는 곧 쫓겨날 동네 주민들의 슬픔이 들려온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일들을 좀더 기호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앞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는 동시에 직접 보여지지 않는 메세지를 카메라의 시선과 신호기를 통해 전달한다.
박고운 Koun Baak
baakkoun@naver.com
+82)1044455994
폐기물연구가
디자인을 공부하고 미싱룸(missing-room.com)에서 활동하고 있다.
버리고 버려지는 것들을 추적하고 기록하는 것을 즐겨한다.

이선주 Sunjoo Lee
parrisun@gmail.com
+82)1050984498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디자인 작업을 한다.
일상의 틈을 관찰하고 상상을 더하는 데에서 영감을 얻는다.
"내가 이곳에 이사를 온 지 한 5년이 되었는데, 처음에 전세 들어갈 돈 정도만 가지고 이 동네에 왔는데 알아보니 여기의 집들이 너무 저렴한 거야. 그래서 집을 하나 샀지. 그리고 이제 여기 집값이 많이 올랐어. 이 주변은 재개발이 해제되어서 말이지. 내년에 이곳에 건축허가가 나오면 새로운 빌딩들을 지을 거야."

"재개발 이거 안됐으면 좋겠어요. 나는 저기 3구역에 사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평당 600정도밖에 안 준다는데.."

(사진을 보며) "이게 다 사라질 것들이야. 역사적인 사진들이네. 다 없어지면 사진으로는 남겠지."

(사진을 보며) "여기 우리 골목이네! 아 토종 옻닭은 저기고. 잘 알지 잘 알아. 결국 없어질 거야. 다 없어져."

"이 전시의 목적은 뭐죠? 뭘 원하는 거죠? 그래서 재개발, 철거, 이런게 나쁜거다. 라고 말하는 건가요? 나는 저기 부동산에 가다가 궁금해서 들린 장위 4구역 주민인데, 이런 걸 말하려면 주민들의 생생한 표정들이 확실히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있잖아요. 사진을 보면 한 번에 '아!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이런 것들. 예를 들어 그 사진 알죠? 굶어 죽어가는 기아 앞에 독수리가 기다리고 있는걸 포착한 그 사진. 이렇게 그냥 거리만 찍어서 보여주는 사진은 어떤 걸 표현하는지 모르겠네요.”